Poppy (完)
나는 갑작스러운 한기에 깨어났다.
낡은 사무실 의자 위에서였다. 창밖은 어두웠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창문을 스쳤다.
책상 위에 엎드린 손이 축축한 땀으로 젖어 있었다. 머리는 혼란스러웠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려 애썼다.
그날은 유난히 추운 겨울밤이었다.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6살 된 아들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아빠 금방 다녀올게. 태블릿으로 게임하고 있어."
아이의 동그란 눈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대꾸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차 문을 닫고 회사 건물로 향했다.
왜 아이를 차에 남겨두었을까?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어쩌면 단지 일에 쫓기며 한두 가지를 처리하고 빨리 집에 가겠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선택은 무엇보다 어리석었다.
사무실로 올라가자 동료들이 몇몇 남아 있었다.
"아직 안 갔어?" 동료가 물었다.
"잠깐 뭐 좀 처리하려고."
그렇게 몇 마디를 주고받으며 컴퓨터를 켰다. 하지만 머릿속은 자꾸만 산만해졌다.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아이가 차에 혼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불길한 생각이 마음을 옥죄기 시작했다.
‘혹시 시동을 끄고 내린 건 아니겠지?’
‘차 안이 너무 추워졌다면... 혹은 아이가 차에서 나와 추위 속에서 헤매고 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서 다리가 떨렸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왜 아이를 두고 온 걸까?’
불안과 후회의 감정이 차올랐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발소리가 차가운 바닥에 울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고동쳤다.
멀리 차가 보였고, 문이 닫혀 있었다. 안에서 아이가 날 바라보고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눈을 떴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 엎드린 채 꿈을 꾼 것이었다.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아이는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내가 빨리 데리러 가면 그만이었다.
“꿈이었군...”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어딘가 이상했다.
불현듯 차가운 공기가 다시 감돌았다.
문득 기억이 돌아왔다.
나는 이미 아이를 데리러 갔던 것이 떠올랐다.
차는 비어 있었다.
아이는 차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날의 추위는 너무나도 매서웠다. 아이의 작은 손으로 공동현관을 두드렸던 흔적이 머릿속에 선명히 떠올랐다.
그곳에 서성이다가, 아이는 결국...
눈을 감아도, 숨을 내쉬어도, 그날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었다.
나는 아이를 차에 남겼고, 너무 늦게 깨달았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다.
시간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었다.
아이는 없었다.
눈을 감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 번만... 다시, 한 번만..."
그러나 모든 것은 영원히 지나가버린 현실이었다.
내 잘못이었고, 그것만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