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우주팽창 관찰
2017년 우주에서 온 중력파 관찰
2019년 외계 행성 발견
그리고 2020년 10월 블랙홀!!
지난 10년간 노벨물리학상은 우주 관련 주제가 유독 많았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우주의 비밀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걸까요?
#1.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지난 10월,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로저 펜로즈, 라인하르트 겐첼, 안드레아 게즈, 수상한 연구 내용은 바로 블랙홀이었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별로 없는 분들도 대부분 블랙홀이라는 단어는 들어보셨죠? 그만큼 블랙홀은 대중들에게도 넘나 친숙해요. 공상과학 스토리에 단골 소재이기도 합니다. (인터스텔라... 다들 보셨나요?) 그런데 블랙홀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최초라는 사실이 의외입니다.
왜 이제서야 수상한 걸까요?
그걸 알기 위해서는 10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 뭔가 엄청난 걸 발견해버렸어
모두가 아는 바로 그 천재 아인슈타인(물리학계의 핵인싸)은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합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 내용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요... 왜냐하면 조금 어렵기 때문이에요. 10년 앞서 발표한 특수 상대성 이론보다도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한 줄짜리 핵심만 기억하면 됩니다.
질량이 있는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휘어진 시공간의 곡률이 바로 중력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바로 중력의 정체를 밝힌 이론입니다. 복잡한 유도과정 따위 몰라도 우리는 이 사실 하나만 알아도 괜찮아요. 이것만 알면 이후 설명하는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독일군 장교로 복무하던 슈바르츠실트는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을 보고 아주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슈바르츠실츠는 뭘 발견한 걸까요?
#3. 탈출 속도
중력이 존재하는 모든 천체는 그곳을 탈출하기 위한 탈출속도가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지구에서 사과를 위로 던져서 우주로 탈출시키려면 초속 11.2 km 보다 빠른 속도로 던져야 합니다.
G : 중력상수
M : 질량
R : 거리 (질량 중심 기준)
이 식을 자세히 한번 볼까요? 분모에 R(거리) 가 들어가있다는 것은 중심부와 가까워질수록 탈출속도가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즉 탈출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죠. 다시 말해 지구가 만약 현재의 질량 (M) 을 유지한 채 부피가 줄어든다면 중심과의 거리(R) 또한 줄어들게 되어 탈출속도가 커지게 됩니다. 이처럼 모든 물체는 부피가 작아지고 밀도가 커질수록 탈출속도가 커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물질이 엄청나게 압축되서 탈출속도가 결국 빛의 속도 (약 초속 30만 km) 보다 커지는 특정 크기가 있지 않을까요? 이 크기의 반경 안쪽에서는 빛조차도 밖으로 탈출할 수 없는 아주 기묘한 공간이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슈바르츠실트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보고 떠올린 신박한 생각이었고, 블랙홀의 이론적인 개념이 탄생한 순간이었죠.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를 두고 수학적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고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아인슈타인 (과학계 슈퍼인싸) 이 한 말이라서 그랬던 걸까요? 수십년동안 블랙홀은 그냥 공상과학 취급을 받았습니다.
#4. 그런데, 블랙홀이 정말 가능할까?
태양처럼 엄청난 질량을 가진 천체는 자기 자신의 중력으로 인해 수축하려는 힘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작아지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태양의 중심에서 압력과 열로 인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심부에서는 대략 1초당 수소폭탄 수조개 정도가 터지고 있습니다.
즉, 중력으로 인해 수축되려는 힘과 안에서 일어나는 폭발로 인해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적당히 균형을 이뤄서 현재의 크기와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만약 태양 속에 있는 핵융합 원료를 다 쓰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더이상 밖으로 밀어내는 힘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점차 식어가며 중력에 의해 수축하게 됩니다. 이렇게 수축하던 태양은 지구 정도의 크기에 이르러서 수축을 멈추게 될 겁니다. 이것을 백색왜성이라고 부릅니다. 즉, 백색왜성은 태양 정도 되는 별의 시체라고 보시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백색왜성은 핵융합을 하지 않는데 왜 더 수축하지 않는 걸까요?
바로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원자가 사실 꽤 크거든요. 얼마나 크냐 하면 원자핵의 10만배나 됩니다. 그래서 원자들이 아무리 밀도 높게 촘촘히 쌓여도 원자 자체의 크기들 때문에 더 작아지진 못합니다.
(원자는 사실 엄청 큽니다!!)
이렇게 원자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려는 힘을 전자축퇴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태양보다 1.44배 이상 무거운 별의 경우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중력은 너무나도 강해서 전자축퇴압을 압도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원자의 기본 구조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원자핵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들은 강한 중력 때문에 원자핵과 합쳐져서 매우 새로운 입자인 중성자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우리가 그동안 알던 물질과는 전혀 다른 물질입니다. 이 상태의 밀도는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이제 중력수축을 막는 힘은 중성자들끼리 서로 겹치지 않게 밀어내는 힘인 중성자축퇴압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바로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인 강력이죠. 이 상태에서 멈춰버린 별을 중성자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중력이 너무 강해서, 이를테면 태양보다 10배 이상 무거운 별이라면 어떨까요??
중성자 축퇴압 조차 중력수축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주에서 중력수축을 막을 수 있는 어떠한 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성자들은 서로 겹쳐지며 한 점으로 모이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부피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던 부피는 허상이며, 결국 서로 밀어내는 힘일 뿐이었으니까요. 중력수축이 모든 밀어내는 힘을 압도한 이 상황에서 남은건 그저 끝없이 겹쳐지는 하나의 점 뿐입니다.
부피가 존재하지 않고 밀도가 무한하여 우리가 아는 어떠한 물리 법칙도 통용되지 않는 것, 바로 블랙홀입니다.
#5. 로저 펜로즈
로저 펜로즈의 위대한 업적이 바로 위에 설명한 블랙홀의 형성 과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는 것입니다. 상대성이론의 방정식과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여러 상수들을 대입해본 결과, 1965년에 증명에 성공해냅니다.
105년 전, 아인슈타인에 의해 중력의 정체가 밝혀지고 이듬해 슈바르츠실트에 의해서 블랙홀의 개념이 제시됐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나서야 그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본인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증명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아인슈타인 "잘 모르겟지만 어쨌든 개이득!!”)
지금까지 블랙홀 연구 105년의 역사 중 앞부분 50여년 정도를 훑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뒷부분 50년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어떻게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관측 사례들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 노벨 물리학상 특집 포스팅1부 끝 ^^-
(아래는 2부 링크입니다)
[2020 노벨 물리학상 2편] 105년의 기다림, 블랙홀로 노벨상을 받다? - 관측에 성공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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