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신기한 것 투성이입니다.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라는 이 행성은 마침 생명이 탄생하기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우연의 일치로 인해 생명이 탄생합니다.
그 생명들은 진화를 거듭하여 현생 인류가 되고 발전된 문명 속에서 인류는 한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각각의 힘들을 이루고 있는 상수가 조금만 달랐어도 원자의 구조 자체가 불안정하여 지금과 같은 우주는 존재할 수조차 없습니다.
지구의 궤도는 태양으로부터 약 1억 5천만 km 떨어져 있습니다. 왜 하필 지구는 이쯤에 위치하는 걸까요? 조금만 더 가까웠어도 너무 뜨거워서 생명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고 조금만 더 멀었어도 너무 차가워서 생명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드넓은 우주의 가혹한 환경 속에서 우리의 지구는 그 존재만으로도 기적처럼 느껴집니다.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조금만 다른 방향으로 일어났더라면 현재의 인류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고, 눈부신 지적 문명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이 모든 경이로운 확률을 뚫고 우리는 여기 이 자리에 존재합니다.
어떤 과학자는 말합니다.
"인체와 우주는 공부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복잡하고 치밀해서 어떠한 지적 존재가 의도를 갖고 설계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너무나도 복잡하고 치밀하기에 누군가 의도를 갖고 설계했을리가 없다"
인간과 자연에 담긴 경이로운 복잡성과 우연성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미세 조정된 우주 가설은 지금의 우주를 이루고 있는 상수들이 이렇게 정밀한 조건을 만족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누군가에 의해 미세하게 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그러나 리처드 도킨스는 ‘미세 조정된 우주 가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참 내게 맞는 재밌는 세상, 내게 맞는 재밌는 구멍이야. 아주 편안하게 내게 딱 맞지 않아? 사실, 내게 딱 들어맞게 존재하는 바닥의 이 구멍은 내가 여기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게 틀림없어!'
이윽고 태양이 하늘에 떠올라 공기가 뎁혀지면서 그 웅덩이가 점점 작아지지만, 그 웅덩이는 아직도 이 세상은 자신이 그 구멍에 고여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놓지 못한다. 그 웅덩이는 자신이 사라지는 순간에야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우주상수들은 누군가에 의해 조정되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시행횟수가 굉장히 많다면 낮은 확률도 발생할 수 있겠죠. 로또의 예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로또를 딱 한번 샀는데 800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당첨이 되었습니다. 로또를 산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기적같은 일입니다. 마치 신이 나에게 로또에 당첨되도록 해준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로또 구입자 전체의 시각으로 보면 799만 9천9백9십9명이 존재합니다. 세상은 너무나도 평온한 일상으로 흘러갑니다. 신의 은총이라 믿는 당첨자가 알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확률의 법칙으로 탄생한 당첨자 중 한명일 뿐입니다.기적은 없습니다.우리는 이미 우주에는 시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가 만들어지고 소멸하는 일이 무한정 반복되다 보면 지금의 우주와 같이 정밀한 조건을 만족하는 우주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로또에 당첨되듯이 말이죠.이것이 바로 글 초반에 제시되었던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라는 의문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인류원리입니다. 1973년 호주의 이론물리학자 브랜든 카터가 소개한 원리이며 스티븐 와인버그가 우주상수를 설명하는데 사용한 원리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우주는 무수히 많은 다중우주들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우주들 중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우주는 우리 하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는 답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지적설계자와 다중우주 중 어떤것이 더 설득력이 있나요?많은 물리학자들은 다중우주론에 근거한 약한 인류원리를 주장하고 있으나 인간의 관측 범위는 유한하며, 그 범위를 넘어서는 곳의 진실은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저도 대부분의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지적설계는 믿지 않는 입장입니다)
우주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면, 우리의 존재는 전혀 신기할 게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세상을 살아갑니다. 우리가 아는 우주 속에서, 이 세상은 여전히 신기하고 800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로또에 당첨된 사람에게 그건 여전히 기적입니다.
인간의 몸은 아직도 너무나도 신비롭고 생명의 탄생은 경이롭습니다. 자연은 여전히 아름답고 정교하죠. 우리는 3억분의 1의 확률을 뚫고 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며 살아갑니다.
이 모든 것은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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