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에게는 다양한 취미가 있습니다. 취미가 다양하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하나 하나가 그리 깊지는 않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마술입니다. 그리고 분명 마술을 취미로 삼고 있긴 하지만, 어디 가서 내세우기에는 부끄러운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되짚어 보면 생각보다 제 삶에서 마술은 굉장히 오랜 시간 가늘고 길게, 그리고 간헐적으로 존재했던것 같습니다. 그 첫번째 기억은 바로 매주 TV에서 즐겨 봤던 호기심 천국이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호기심 천국의 가장 마지막 코너로 한동안 방영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타이거마스크를 쓴 마술사가 나와서 마술의 비밀을 모두 알려주는 코너였죠. 마술을 본업으로 삼는 프로 마술사들 사이에서는 굉장한 논란이 되었던 프로그램이지만,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에게는 그저 너무나도 신기하고 흥미로운 세상이었습니다. 마술 시연 영상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가도 비밀을 밝히는 시간이 되면 트릭의 참신함과 기발함에 매료되었으며, 트릭을 알았으니 나도 이제 어디 가서 이 마술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곤 했죠.
물론 트릭을 알았다고 해서 그 마술을 내가 할 수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지만, 어린 저에게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타이거마스크에서 배운 프렌치 드롭이라는 기술을 엄마 앞에서 자랑하며 기뻐했던 어릴 적 기억은 제 삶 전반에 걸쳐 마술이라는 행위에 대한 호감을 심어놓기에 충분했으니까요.
그 이후 마술은 굉장히 가늘고 간헐적으로 제 삶에 함께해왔습니다. 인터넷에서 마술 배우기 사이트에서 몇천원씩 유료 결제를 하고 해법 영상을 보기도 했고, 한 때 유행했던 P2P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마술 배우기 강좌 (화질구지....) 를 잔뜩 다운 받아놓고 한두개 밖에 못 본 상태로 잊혀지기도 했습니다. 대학교때는 마술 동아리에 들어가서 아주 잠깐 마술에 진지하게 임하기도 했었고 (물론 3개월 정도밖에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어느 날 느닷없이 뽐뿌가 와서 마술 렉쳐들과 도구들을 지르고 한동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리 꾸준하거나 열심이진 못했지만, 가늘고 길게 함께해온 취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보다 이야기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어설픈 이야기들을 내세울 것 없는 제 공간에서 한번 풀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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