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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취미/게임 리뷰

Red Dead Redemption 2 (레데리2) 안해본 뇌 삽니다 (스포없음)

by 껨독 2020.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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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x)

 

 

#1 한번 구입해봄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큰 볼륨의 콘솔게임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LOL 이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온라인 게임은 수십~수백시간씩 질리지도 않고 잘만 플레이하면서 이상하게 콘솔게임은 30~40시간을 넘어가면 피로도가 급증하고 손에 잡기 힘들더군요. 그런 제가 100시간 가까이 즐긴 콘솔게임은 위쳐3가 유일했는데, 얼마 전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이하 레데리2)>

 

사실 초반 몰입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낀 게임이기도 하고, 처음엔 그다지 해보고 싶은 게임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이 좋고 너무 훌륭한 게임이라는 남들의 평가를 듣고 '나도 언젠가는 해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구입한 게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남들이 사니까 한번 사봤습니다. GOTY 급 게임은 플레이해봐야 직성이 풀렸거든요.

 

#2 어려웠던 시작

 

 

 

<지루했던 프롤로그....>

 

몇 번이나 실패했습니다.  챕터1을 넘기지 못하고 여러가지 여건들 (바쁘거나, 다른 게임에 꽂히거나) 로 인해 충분히 몰입되기 전에 중단되었죠.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사실 서부극이나 무법자, 총잡이는 말로만 들었지 크게 관심있는 배경도 아니었죠. 판타지나 SF기반의 RPG에 훨씬 더 익숙한 저에게 레데리2 의 작중 배경은 쉽게 몰입되기 어려웠어요. 서부극이라는 서브컬쳐에 익숙한 서양인들에게는 좀 더 몰입이 수월했을 것 같습니다.

기껏 시간을 쏟아 게임을 중반 이상 진행하고 나서야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중간에 접거나 억지로 참고 엔딩을 봐버린 게임들이 몇 있었습니다. 레데리2는 볼륨이 큰 만큼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질까봐 두렵기도 했었죠.

 

#3 일단 시작하자, 의심하지 말자

 

<마초 중년미 풍기는 총잡이 아서 모건 (사실 나보다 두살 형)>

그래도 일단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의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프롤로그를 간신히 끝내고 나니 이제서야 주인공인 '아서 모건' 이 뭐하는 사람인지? 갱단? 무법자? 그런게 뭔지 감이 오기 시작합니다. 열차를 털고, 라이벌 갱단을 습격하고, 강도짓을 합니다. 뭔가 좀 이상하죠... 주인공인데... 왠지 나쁜 사람 같습니다. ㅠㅠ

초반 몰입은 힘들었지만 어찌됐건 계속 붙들고 있으니 결국 몰입이 되는것도 같습니다. 무법자 생활도 하다보니 재미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음.. 연출도 좋고.. 어어어?

어?

어..?ㅠ

대박....ㅠㅠㅠㅠ

(실제 사고회로가 이랬습니다.)

 

 #4 안해본 뇌 사고 싶어요

 

초중반 쯤 되니 위와 같이 지리는 연출과 함께 스토리 전개가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하고

이렇게 폭풍 간지 넘치는 돌격씬을 선사하기도 하고

이렇게 남자의 가슴을 울리기도 합니다. (위 스샷들만으로는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으니 스포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엔딩까지 모두 본 뒤에는 여운이 엄청나게 길게 남아서 2회차 욕구가 샘솟아요.

원래 저는 서브퀘스트도 잘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서브퀘란 스토리의 몰입을 방해하는 단순 노가다성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따라가며 빠르게 엔딩을 보고 영화나 드라마같은 여운을 느끼면서 미련없이 삭제하는게 콘솔게임을 즐기는 제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끝내기 싫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게임은요. 이상하죠. 뭐가 이렇게 절 사로잡은걸까요?

 

 #5 어떤 게임이길래?

소감만 잔뜩 늘어놓고 정작 게임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습니다. 워낙 유명하고 많이 알려지기도 했으며 수많은 리뷰 글이나 영상을 통해서 관련 정보는 매우 얻기 쉽지만, 그래도 짤막하게 정보를 드려 보고자 합니다.

주인공 '아서 모건' 은 '반 더 린드 갱단' 에 소속된 총잡이입니다. (두목은 아님...) 무법자로써 살아가는 그는 가족과도 같은 갱단을 보살피고 먹여 살리기 위해 때로는 강도질을 하고 때로는 살인도 하며 때로는 채무자를 위협하여 빚을 받아내기도 합니다. 무고한 시민은 해치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원칙도 갖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며 여러 선택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돕고 자비를 베풀수도 있고, 무고한 사람을 해치며 나쁜 짓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서 모건' 의 성향과 현상금 수치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아서 모건' 과 그의 갱단은 연속적으로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며 인물과의 갈등과 사건의 긴장감은 점점 더해지고, 그 속에서 '아서 모건' 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기도 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게임 내에서 '아서 모건' 도 플레이어와 같은 생각을 합니다. 이 시점부터는 몰입감이 최고조가 되어 주인공과 하나가 된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절정의 순간, 그야말로 스토리는 화산이 용암을 토해내듯 분출합니다. (게임를 뒤집어 놓으셨다~ 와~)

더 이상의 설명은 힘들고, 나머지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면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리얼리티... 이건 진짜다

분명 진입장벽이 있는 게임이긴 합니다. 큰 볼륨 때문에 섣불리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이유로는 지나친 리얼리티로 인한 불편함을 꼽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게 왜 단점인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초반부 한정으로는... 단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몰입하게 된 이후에는 오히려 그게장점이 됩니다.)

1) 이동시간이 길다.

사람들이 단점으로 꼽는 특징인데, 사실 저는 오히려 레데리2 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동 중에도 독백이나 대사로 끊임없이 채워지기 때문이고, 그 내용이 스토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많은 RPG 에서 그래왔듯이 캐릭터를 조종하는 것과 NPC와의 대화하는 것이 분리되어 있는 것에 익숙합니다. 중요한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주인공과 NPC는 멀뚱히 바라보며 유저는 그저 space-bar 혹은 'o' 키를 눌러 대화창을 넘기며 스토리를 즐기죠. 심지어는 급박한 상황에도 가만히 서서 대화합니다. 정말로 급박한 연출이 필요할 때는 컷씬이 등장합니다. 사실 익숙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식으로 대화하는 경우는 별로 없죠.

레데리2 는 대부분의 대사는 이동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거나, 싸우거나 하는 도중에 진행됩니다. 컷씬은 그저 인게임의 연장일 뿐입니다. 이는 스토리의 흐름과 긴장감이 끊기지 않게 해주며 리얼리티를 부여합니다.

2) 귀찮고 답답하다.

먹지 않으면 저체중이 되어 기력이 달리고, 많이 먹으면 살이 쪄서 체력이 달립니다. 수염과 머리는 제때 깎지 않으면 계속 자라며 캠프 안에 있는 동료가 잔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말은 제대로 보살피지 않으면 더러워서 건강이 나빠지죠. 말에서 내릴 때 안장에서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다시 말에 가서 무기를 가져와야 합니다.

리얼리티를 정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게임이다 보니 편의성을 희생한 부분들이 다소 있습니다. 물건을 일일히 고개를 숙여 손을 뻗어서 집는다던지, 빠른 이동을 지원하지 않는다던지 (부분적으로 지원하긴 합니다.) 

위의 요소들로 인해 게임 할 땐 불편합니다. 특히 초반에 심합니다. 근데 묘해요. 이 게임을 끝내고 다른 게임을 하게 되면 레데리2 에서 느낄 수 있었던 현실감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역체감으로 다가옵니다. 레데리2 를 끝내고 한동안 다른 게임에 몰입할 수 없었다는 소감들이 많은 이유가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7 결론

단점 없는 완벽한 게임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역대급으로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와 연출, 내러티브는 게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초반부의 지루함만 참아내면 됩니다. 딱히 익히거나 외울 것도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그냥 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아서 모건' 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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