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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취미/게임 리뷰

Life is strange, 예술은 종종 기술을 뛰어넘기 마련이다

by 껨독 202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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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출시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뭐 GOTY 를 휩쓸거나 할 정도의 대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게임이고, 팬덤층과 2차 창작물도 어마어마한 게임입니다.

에피소드1~5 까지 있는데 에피소드1의 경우에는 무료입니다. 조금 더 비중이 높은 체험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아주 간단히 어떤 방식의 게임인지 설명드리자면

주인공인 '맥스' 라는 여고생이 우연한 계기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그 이후로 맥스의 주변에 사건사고들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녀의 능력을 이용하여 사건에 대처하면서 게임이 진행됩니다.

'게임' 이라고 할만한 요소는 상하좌우 이동키와 수많은 선택들 뿐입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마치 영화나 미드를 보는 듯한 스토리 전개와 흡입력을 갖고 있습니다.

'선택' 이 주가 되는 게임이긴 하지만, 사실 전체 스토리는 이미 짜여져 있고 플레이어의 선택은 단지 연출 방식의 차이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을 볼 때까지 게임을 종료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 스토리와 흡입력 때문입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기승전결과 엔딩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엔딩은 마치 미드의 예고편을 보듯이 다음편 에피소드로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이끌게 됩니다.

우리 주인공인 맥스, 평범할 줄 알았던 초능력자

이 게임의 본질을 매우 잘 요약하고 있는 게임 시작 시 경고메시지

'나비효과' 라는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어찌 보면 흡사한 플롯을 갖고 있는 스토리입니다.

주인공 맥스는 위 사진과 같이 주변 사물들과 상호작용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대화 분기에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흔한 선택형 어드벤처 게임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맥스는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 있어요. 그렇기에 조금 전에 했던 선택을 시간을 되감아 뒤엎는 것도 가능합니다. 선택 분기가 존재하는 게임들 중 흔하지 않은 시스템이죠. 하지만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이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지 알기 어렵습니다. 당장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지가 후반 스토리에서는 악재로 작용하기도 하거든요.

맥스는 전형적인 여고생 답게 친구들과 문자메시지도 주고 받습니다. 플레이어는 맥스의 문자메시지, 일기장, 사진첩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어요. 감정이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많은 장치가 존재합니다. 그 속에 깨알같은 유머와 디테일이 숨어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맥스는 이렇게 친구랑 빈둥빈둥 놀기도 합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소소하게 주위 사물들과 상호작용하며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장면인데요. 주인공을 향한 몰입도가 높을 수록 이러한 소소함이 깨알같은 재미 요소로 다가옵니다. 비록 대규모 오픈월드 게임들과 같은 방대한 상호작용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일자형 게임에서 줄 수 있는 자유를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는 느낌입니다.

에피소드1의 엔딩장면을 살짝 보여드립니다. 석양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이 게임의 그래픽은 요새 나오는 어마어마한 프레임과 그래픽을 자랑하는 대작 게임들에 비견될 수준은 아닐 지 몰라도 컷씬에서의 훌륭한 영상 연출력과 사운드가 결합되어 특유의 미적 감각이 발휘되는 순간 100기가가 넘는 60프레임 게임들의 그래픽이 부럽지 않게 됩니다.

이와 같이, 예술은 종종 기술을 뛰어넘기 마련입니다.


훌륭한 게임을 평가하는 척도는 다양합니다. 전투의 짜릿한 손맛, 세밀하게 설계된 성장요소, 치밀한 전략과 판단 등 여러가지 척도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스토리의 내러티브는 빼놓을 수 없는 척도라 생각합니다. 전투를 하던, 전략을 짜던, 기본적으로 '왜 하는가?' 에 대한 의문에 답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토리' 라는 장치인 것이죠.

Life is strange 와 같은 게임을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각종 게임의 핵심 컨텐츠인 '전투', '컨트롤', '육성' 같은 요소들을 모두 다 버렸습니다. 목적은 하나, '선택' 에 따른 스토리의 극대화입니다.

그리고 그건 꽤나 성공적입니다. 플레이어는 더이상 일대다수의 적이나 괴물을 현란한 마법이나 칼솜씨로 도륙해버리는 판타지 세계의 영웅이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환경 속의 한 고등학생이 됩니다. 심지어 그렇게 이쁘지도 않아요. (물론 보다 보면 매력이 넘칩니다)

게임 내의 갈등과 사건들도 매우 현실적입니다. 미국 내의 청소년 마약, 총기, 학교폭력, 가정불화 등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있을 법한 사건들 속에서 플레이어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몰입감을 체험하게 됩니다.

조작할 요소가 많고 빠른 반응속도에 길들여진 게이머라면 이게 게임이야? 라고 물을 수도 있겠죠. 각종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스토리를 1순위로 두고, 심지어는 스토리의 막힘없는 감상을 위해 '아주 쉬움' 난이도 등을 애용하는 저로써는 입맛에 딱 맞는 게임이었고, 인생게임의 반열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게임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리뷰하고픈 수많은 대작 게임들을 놔두고 왜 하필 이 게임을 먼저 리뷰하느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오후에 갑자기 문득 생각이 난 것 뿐이거든요. 

Life is strange, 인생은 어차피 이상한 일의 연속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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