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작곡을 한다는 것의 장점>
여러가지 취미를 가져본 입장에서 아 이건 정말 내가 취미로 삼길 잘했다라고 생각하는게 바로 노래를 만드는 일입니다.
작곡의 매력 5가지를 꼽아봤습니다.
1. 창작물이 남는다, 창조성
뭔가를 창작한다는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거에요. 돈과 체력을 그저 소모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매번 다른 결과물이 세상에 생겨요.
2. 영원하다, 불멸성
내가 만든 곡은 죽을때까지 내꺼에요. 아무리 엄청난 음악의 대가 뭐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와서 자기들 꺼라고 우겨도 그건 죽을때까지 내꺼에요. 게다가 악보나 음원의 형태로 일단 기록만 되어 있으면,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무한복사가 가능하죠.
3. 타인에게 즐거움을 준다, 공유성
혼자 즐거워하는 취미가 아니라 남들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에 본질이 있어요. 내가 만든 곡을 누군가 듣고 감동을 받는다던가, 즐거움을 느낀다는거. 그리고 그걸 저한테 얘기해준다는건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기쁨이에요.
4. 주변에서 쉽게 볼수 없는 취미다, 희소성
아직은 작곡 자체가 뭔가 일반인이 쉽게 하기 어려운 취미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굉장히 희소성이 있는 취미입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작곡이라는 취미를 갖고있는것만으로도 어디선가는 좋은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흥미로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실력이 좋아져서 그럴싸한 곡을 만들게 된 이후로는 그게 그냥 자체적으로 나의 독자적인 컨텐츠가 되어줍니다.
5. 쉽다, 접근성
음악을 만들어내는건 인간의 본능입니다. 제 아들이 4살인데 벌써 즉흥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거든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람의 머리 속에는 음악이 늘 만들어지고 있어요. 단지 그걸 끄집어내고 음악답게 구성해나가는데에 몇가지를 좀 알아야하는것 뿐입니다.
<입문하는데 필요한 것>
그럼 작곡이 입문하려면 일단 먼저 뭘 알아야할까요?
1.음계와 코드라는 단어를 알고있다
2.피아노나 기타를 할줄안다 (기준 : 학교종 연주가능)
3.악보를 볼 줄 안다 (기준은 박자와 음표만)
이걸 만족하지않아도 못한다는건 아닌데요. 사전에 설명할게 좀 더 많아지는것뿐입니다. 근데 이거 3가지를 만족하시는분이라면 이미 준비가 되신겁니다.
<작곡을 하는 방식, 초보자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럼 작곡을 하는 방식에는 뭐가 있고 그중 초보자가 하기 좋은 방식은 뭐가 있을까요? 먼저 작법에 있어서 크게 3가지로 구분해 봤는데 순수한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설명드리는것이라서 정말 고수분들이나 프로 작곡가들에겐 해당이 안되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1. 코드부터 (초보추천)
코드 진행의 큰 틀을 정해놓고 멜로디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1-4-5, 1-6-4-5, 1-3-4-5, 이런식의 진행 순서를 정해놓고 반복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를 즉흥적으로 뱉는 방식이죠. 장점은 코드진행이라는 큰 줄기가 있으니까 멜로디가 비교적 수월하게 나옵니다. 그리고 내 순수한 영감에다 플러스알파로 코드의 힘을 어느정도 빌리는거라서 가끔 내가 생각치 못했던 라인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단점은 각을 잡고 작곡해야 한다는 거죠. 진짜 끊임없이 영감이 떠오르는 천재가 아닌 이상 작곡이라는건 잘될때도 잇고 안될때도 있는데 악기를 잡고 혹은 반주를 틀어놓고, 곡 써야지 하고 각을 잡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음. (가끔 평소와 다른 환경이 영감을 얻기 좋음)
2. 멜로디부터
언제 어디서든 떠올릴수 있습니다. 이건 엄청난 장점이죠. 그때그때 즉각적인 영감이 바로바로 반영되어 내 본능에 더 가까운 선율이 나오거든요. 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음악이랑 그리 친하지 않은 경우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그냥 막막할수도 있습니다. 그럴땐 좀 괴롭죠.
그리고 떠올린 멜로디에 적절한 코드반주를 만들어붙이는 작업에 어느정도의 음악지식이 필요합니다. 익숙한 경우 멜로디를 떠올리면서 즉각적으로 코드도 같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초보에겐 어려운 일이죠. 고로 초보한텐 코드부터 만드는걸 추천합니다.
3. 가사부터
가사부터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하게 딱 존재하고 거기에 맞춰서 어울리는 코드와 멜로디를 붙이는 식입니다. 곡을 먼저 만들고 가사를 나중에 쓰는경우에는, 뭔가 어감 좋고 가사스러운(?) 단어 위주로 작사를 하다 보면 나중에는 너무 평범해져서 오히려 가사에 집중이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가사부터 써놓고 시작하면 그런측면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에 더 힘을 줄 수 있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사스럽지 않은 표현들이 오히려 한번씩 곡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주기도 합니다.
근데 작사의 세계는 또 워낙 방대하고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더 깊이 다루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위 3가지 이외에도 사실 더 다양하긴 합니다. 비트부터 만드는 경우도 많고(힙합) 하나의 동기(motif) 에서 계속 변화를 주는 방식 (클래식) 도 있고 다 섞어서 쓰는 경우도 있고 한데, 입문자는 그냥 코드부터 만드는게 편합니다.
<시작해보자. 실습편>
작곡을 이제 시작해보자. 기본적인 음계 이름과 마디 개념정도는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초보자니까 코드를 먼저 만들어놓고 그 코드의 힘을 빌려서 멜로디를 만들 겁니다.
먼저 인터넷에서 ‘코드 진행 패턴’ 이라고 검색하면 대중가요에서 자주 쓰이는 코드 패턴이 많이 나옵니다.
C-F-G-C, C-Em-F-G 보통 이런식으로 코드 이름이 많이 나올텐데 이것보다 더 쉬운건 숫자로 기억하는겁니다. 도레미파솔라시가 1234567 이 되는겁니다. 그럼 C-F-G-C 는 1-4-5-1 진행이 되겠죠?
이런식으로 코드 패턴을 숫자로 인식하게 되면 기준음이 도가 아니라 다른 음으로 바뀌더라도 같은 숫자는 같은 패턴이라고 인식하기가 쉽습니다. 코드 개념을 아시는 분들이면 이해가 잘 가실텐데 이해가 잘 안가시더라도 괜찮습니다. 일단은 검색해서 나온 패턴들을 갖고 반주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코드 반주 어플같은거 검색하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유명한 패턴 몇개를 입력해놓고 반복재생을 시키면서 그때부터 뇌가 시키는대로 멜로디를 한번 흥얼거려봅니다.
처음엔 혼자있을때 하는걸 추천합니다. 자기 자신을 내려놔야됩니다. 그리고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너무 유치하고 창피하게 들릴수도 있어요. 괜찮습니다. 다들 그래요. 그런데 계속 그짓을 하다 보면 어? 이거는 뭔가 좀 내가들어도 세련된거같은데? 싶은 멜로디가 나올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단편적인 멜로디조각들로 짤막짤막하게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걸 일단 다 녹음해두세요. 그리고 계속 반복해봐요. 슬슬 이제 나온거 또나오고 더이상 새로운게 안나올때가 올겁니다.
이제 코드 패턴을 바꿀때가 됐어요. 노래하나에 패턴 하나만 있으면 재미없잖아요? 유명한 코드패턴모음에서 다른걸 골라서 반주를 다시 킵니다. 대신 템포는 똑같이 설정해요. 아까 했던 멜로디를 머리 한켠에 염두하면서 이번엔 다른 코드패턴에 맞춰서 흥얼거려봅시다. 아까랑은 좀 다른 멜로디가 나올거에요. 그것도 다 녹음해둡니다.
이제 녹음해둔걸 꺼내봐요. 여러가지 멜로디 조각들이 있을겁니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것들이 있을거고, 신기하게도 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멜로디도 있을거에요. 그럼 그것들을 한번 이어붙이고 조합해보고 즉석에서 어울리도록 변형도 해보세요. 그냥 내가 만든 선율 재료들을 갖고 놀아보는거에요.
그러다보면 짤막하게 완결성이 있는 노래가 완성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짜임새있는 완곡을 만들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Verse가 어떻고 후렴이 어떻고 그런거 너무 생각하지 마세요. 10초짜리 짧은 CM송 같은거를 만든다고 생각해도 괜찮아요.
근데 이렇게 해도 멜로디가 떠오르지 않는 분들을 위해 아주 간단한 장치 하나만 설정해두셔도 훨씬 도움이 될겁니다. C로 시작하는 코드 반주를 틀어놨잖아요? 간단합니다. ‘도’로 시작해서 ‘도’ 로 끝나는 멜로디를 한번 만들어보세요. 아마 훨씬 쉽게 나올겁니다. 이건 여러분한테 ‘조성’ 이라는 마법을 걸어드린거에요.
조성이라는 건 중력과 비유를 할 수 있습니다. 결국엔 땅에 떨어지는데 어떤과정을 거쳐서 떨어지냐에 따라 음악이 달라지는것이죠. 처음 듣는 노래인데 집중해서 듣다보면 다음에 나올 음이 뭔가 이렇게 나올거 같다! 라고 생각한 순간 그 음이 딱 나와준 것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그건 여러분이 조성의 마법에 걸렸다는뜻이거든요? 사실 그 마법에 걸린순간 여러분의 뇌 속에는 어떤 음을 향해서 중력과도 같은 힘이 작용하고 있어요.
음악이란건 그 힘을 거슬러서 긴장을 줬다가 다시 그 음을 향해 가면서 이완을 시키기도 해요. 재즈처럼 시종일관 긴장을 계속 주면서 어쩔땐 심지어 내가 어딜 향하고있었는지 잊게 만들기도 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음악도 있구요. 아니면 동요처럼 내가 어딜 향하고 있는지 명징하게 보여주고 우리 같이 가자~ 랄랄라 하는 음악도 있어요.
도에서 시작해서 도에서 끝내라 라는 고정적인 틀을 제공한 순간 여러분의 머릿속 멜로디는 도라는 으뜸음을 향하는 힘이 전보다 더 강하게 작용할거에요. 이건 마치 PPT의 템플릿과도 같은데요. 틀에 맞게 음을 딱딱 채워넣기 용이하도록 해줄텐데, 대신에 더 자유롭고 다채로운 멜로디를 만드는데는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일단 짤막한 곡이 나오게 되면 그 다음은 그걸 기록하세요. 악보를 만들어 두는것도 좋고 녹음해두는것도 좋은데요. 저는 초보일수록 악보를 만들어두는걸 추천합니다. 복잡한 악보를 만들 필요는 없고 그냥 주 멜로디만 콩나물로 그려두고요. 마디마다 위쪽에 코드를 써놓으시면 끝입니다. 곡의 뼈대가 한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구성에 대한 이해에도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마무리>
사실 이 방송만 듣고 이제 작곡을 할수잇다! 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시작하는 방법 정도는 힌트가 되었을 것 같고, 어? 나도 한번 해볼까 싶으신 분들에게는 정말 지금 바로 시도해보시라고 강추하고 싶습니다. 요즘엔 또 작곡하는 방법에 대한 컨텐츠도 워낙 유튜브같은데 다양하게 있고 악기하나 할 줄 몰라도 좋은 곡 쓰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말씀드리고싶은건 처음엔 내가 만든 곡이 괜히 유치한거같고 막 어색하고 창피해서 남들한테 들려주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근데 용기를 내서 들려주고, 혹은 음악 커뮤니티같은데 익명으로라도 공유하고 그렇게 하면서 남들한테 들려주는것에 빨리 익숙해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을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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