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편향의 오류는 게임에도 존재한다

로스트아크 영상을 만들거나, 방송을 할 때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정답은 없다" 라는 말입니다. 뭔가 실컷 가르쳐주고는 사실 정답은 아니고 반박은 다 맞는말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거라고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닐수도 있는데, 제가 그 말을 자주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규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면 당연히 모르는것 투성이일것입니다. MMORPG의 방대한 세상 속에서 여러가지 선택에 직면하게 될텐데, 모르는게 너무 많으니까 기존 유저들의 조언을 듣게 됩니다. 기존 유저들은 뉴비들을 위해서 여러가지를 열심히 알려주고, 조언해주곤 하죠.  그것은 게임 생태계가 돌아가는데 정말 없어서는 안될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기존 유저들의 조언이 과연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조금 특이한 관점으로 게임을 바라보려 합니다. 바로 생존 관점에서 말이죠. 게임에서 생존에 실패한다는 건? 곧 게임을 접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계속 해오고 있는 기존유저들은 곧 생존에 성공했다고 볼수도 있겠죠.

 

생존자 편향이란 무엇일까?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던 당시에 전투기가 격추되면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투기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 살아서 돌아온 전투기를 면밀히 분석을 해봤습니다.  외상을 살펴보고 나서 취약하다 싶은 부분을 더 보강하고자 한거죠.  자세히 살펴보니까 날개랑 꼬리 부분에 총알 자국이 집중되어 있는걸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총알 자국이 많은 부분에 추가적으로 장갑을 설치해서 더 잘 견디게끔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대부분이 그 의견에 동의하게 됐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결론 같긴 한데,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져 있었습니다.

사실 진실은 좀 달랐습니다.  유독 날개와 꼬리 부분에 총알 자국이 많았던 이유는, 조종석과 엔진 부분에 총상을 입은 비행기는 이미 모두 격추되어 살아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던거죠.  살아서 돌아온 비행기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기 때문에 생긴 오류였던것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많이 총상을 입었는데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는 건, 반대로 말해서 날개와 꼬리 부분은 더이상 보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이걸 두고 생존자 편향의 오류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굉장히 흔하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로, 어떤 문제에 대해서 결과를 진단할 때, 이미 특정한 선택 과정을 통해 걸러진 일부분의 데이터만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논리적 실수를 가리킵니다. 이를테면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가 대학을 중퇴했다고 해서, 성공을 위한 방법이 대학 중퇴가 될 순 없는것처럼 말이죠.

 

게임에서도 생존자 편향이 존재할까?

게임을 생존이라 보았을 때도 분명 생존자 편향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뉴비들에게 늘 점핑권보다는 스토리익스프레스로 입문하는걸 추천해왔습니다. 나름대로 로아의 스토리라인을 충분히 즐기면서 게임에 천천히 적응하는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 방식에 적합한 성향을 가진 유저들만이 생존에 성공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스익을 밀다가 방대한 스토리에 지쳐서 게임을 접어버린 유저는 그걸 말리고 싶어도 이미 게임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죠. 진실은 무엇일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제 경험과 나름대로의 판단을 통해서 뉴비들에게 도움될만한 팁을 주려 노력하고 있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여러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자 하는데도, 저 또한 이러한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한건 사실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건 이런 선택지가 있는줄도 몰랐다며 후회할 일이 없도록 안내를 해주는 것 뿐이고, 결국 선택을 하는 건 유저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죠.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떤 고인물들은 때때로 확신에 가득차서 주장하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가장 오래 게임을 즐겼고 게임을 잘 아니까 자신들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글을 모두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것입니다.

 

맞아요. 정답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