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고등학교 물리2, 혹은 대학교 일반물리에서 처음 접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빛이나 다른 입자가 전자와 충돌하는 순간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바뀌게 되므로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고, 단지 확률을 계산할 수 있을 뿐이다.
현대물리 교과서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설명하고 있죠. 설명은 간단하고 이해하기에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사실 이를 파고들어보면 슬슬 직관을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해당 설명만 보면,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갖고 있지만, 마치 측정 기술의 한계 때문에 인간의 시각에서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없는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 위의 설명은 정확한 설명이 아닙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한 예시에 불과하죠.
우리가 측정을 하기 전부터 이미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불확실한 값을 갖고 있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소리냐?
우리가 관측하기 전까지 전자의 상태는 입자가 아닌 파동입니다.
파동인 것이 또 뭐가 있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파도, 소리, 혹은 줄의 진동 등등 이것들이 바로 파동이죠. 즉, 전자는 실재하는 알갱이 (=입자) 가 아니고 뭔가 진동하는 에너지처럼 존재한다는 거죠. (100% 엄밀한 설명은 아닙니다만...) 이 때 전자의 상태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이며 이를 위한 용어가 바로 '중첩상태' 라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전자를 관측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붕괴되어 전자는 실재하는 입자로 관측됩니다. 즉, 무언가 알갱이를 관측할 수 있다는 거에요. 그 때 관측되는 위치는 바로 파동함수의 확률에 의해 관측 순간 결정됩니다. 실제로 파동함수를 제곱한 값이 밀도함수이며 이것이 바로 확률을 의미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도대체 관측이라는 행위가 뭐길래? 아니... 그전에 여러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게 가능한가?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이 설명하는 실제로 우리의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직관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거죠. 이를 바로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합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면 여기에서 아마 불확정성에 대한 위의 설명이 정확하지 않은 이유를 아셨을 것입니다.
교과서의 설명은 불확정성의 원리가 마치 '관측기술의 한계' 때문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은 애초에 확실하게 정해져있지 않았던 '근본적인 한계' 인 것이죠. (관측 장비... 네 잘못이 아니란다 ㅠㅠ)
근데 교과서에서는 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일까요? 교과서가 잘못된 것일까요?
사실 이러한 설명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할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관측 과정 자체가 실제로 물리량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설명을 잘못했다기보단 '쉬운 버전' 으로 좀 더 직관적인 설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물리2를 배우는 고등학생에게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설명하라는 건 물리 교사들에겐 꽤나 고역일 테니까요.
게다가 가장 큰 이유는 이 설명이 바로 하이젠베르크 본인이 만든 설명이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의 태동기에는 하이젠베르크 본인도 불확정성의 원리가 단지 관측 기술 한계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좀 더 자세한 버전' 으로 알아두시면 양자역학 전반을 정성적으로 이해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코펜하겐 해석이 대해 말도 안되지만 '일단 그렇다고 치자' 라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면 그 다음 내용들이 그나마 쉽게 이해가 가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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