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관 4부작 포스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1부 - [물질관 - 고대편] 4원소설이 2000년간 깨지지 않았던 이유
2부 - [물질관 - 근대편] 4원소설과 플로지스톤의 몰락에 이은 근대 화학의 태동
3부 - [물질관 - 근대편2] 보이지도 않는 원자의 생김새는 어떻게 알았을까?
4부 - [물질관 - 현대편] 기존 물리학의 법칙을 산산히 깨부순 보어의 원자 모형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서양의 물질관을 지배해 왔는데요. 중세시대의 연금술사들은 4원소설을 기반으로 물질의 변화를 탐구했습니다. 심지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손꼽히는 아이작 뉴턴마저도 사실은 물리학이나 수학보다도 이 연금술에 몰두한 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흔한 금속을 금으로 바꾼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의하면 물질이 갖고 있는 온,냉,건,습의 성질을 일정 비율로 잘만 조절하면 원하는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을것만 같았어요.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단순한 목표를 위해 수많은 연금술사들이 계속해서 그들의 인생을 바쳤습니다. 그들이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4원소설의 오류가 증명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데모크리토스의 고대 원자론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원자론은 실험이나 관찰에 기초를 두지 않은 순수한 사고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오랜 기간 외면당해왔는데요. 특히나 세상이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은 입자가 없는 빈공간도 존재한다는 뜻이었거든요. 현재는 진공의 개념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았는데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공간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대 과학이 태동하던 시기에 화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보일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이 옳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합니다. 바로 유명한 J자관 실험을 통해서인데요.
이렇게 J자 모양으로 생긴 유리관에 수은을 넣고 높이를 측정한 뒤 수은을 추가로 더 넣어주는 실험을 합니다. 만약 원자론이 틀렸다면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해당 공간의 부피가 줄어들 수 없었을 거에요. 그런데 실제 결과는 해당 공간의 부피가 줄어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해당 공간은 공기를 이루는 입자들로 가득차있고 공기입자들 사이에는 빈 공간이 존재한다는 거에요.
이를 통해 보일은 압력과 부피가 반비례한다는 유명한 보일의 법칙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부활시킵니다. 보일은 세상 만물이 더이상 분해할 수 없는 원소 입자들로 이루어져있다고 주장을 해요.
하지만 보일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원소설은 건재했는데요. 2000년 가까이 이어져온 믿음이 쉽게 부서지진 않았던 것이죠. 시간이 지나며 새로 발견된 현상들이 었는데 그런 현상들에 맞게 4원소설이 적절하게 변형되고 수정되며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었던 거에요. 그 중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가 플로지스톤이었습니다.
측정 기구들의 발달들로 인해서 공기가 한가지 성분이 아닌 여러 성분으로 구성되어있고 불에 타는 연소 현상이랑 숨을 쉬는 호흡 현상이 무언가 공기의 특정 성분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거죠. 지금 우리는 그 정체가 산소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플로지스톤이라는 물질 개념을 도입한 거에요.
플로지스톤은 ‘타는 원소’ 라는 뜻입니다. 물질이 탈 때는 그 안에 있던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서 그로 인해 물질의 질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죠. 다 타고 남은 재의 무게가 가벼워서 재가 휘날리는 것, 그리고 금속이 타고 나면 약해져서 부서지는 것, 이런 것들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던 플로지스톤 이론은 프랑스의 라부아지에라는 화학자에 의해서 4원소설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라부아지에는 두가지의 역사적인 실험을 통해서 화학사의 혁명을 일으켰는데요.
첫번째는 연소실험입니다. 공기가 들어 있는 밀폐된 용기 안에서 수은을 가열하였더니 수은이 산화수은이라는 물질로 바뀌면서 질량이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 거에요.
플로지스톤 이론이 맞다면 플로지스톤이 연소되면서 질량이 줄어야 하는데 질량이 오히려 늘어났던거죠. 물질이 연소될 때 공기 중의 산소가 물질과 반응하여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두번째는 물 분해 실험입니다.
긴 주철관을 화로속에 넣어 뜨겁게 달군 뒤에 주철관의 한쪽 끝에 물을 붓습니다. 그리고 다른 쪽 끝으로 나오는 기체를 냉각수가 흐르는 장치에 통과시켰더니 특정 성분을 갖는 기체가 반대쪽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주철관은 오히려 산화되어 질량이 증가했던 거죠. 이는 물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었다는 것을 보여줬고 물질을 이루는 근본원소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죠.
이 두가지 실험은 18세기 말 화학에서의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라부아지에는 1783년에 화학반응 전후에 있어서 반응물의 총질량, 생성물의 총질량이 변함이 없다는 그 유명한 질량불변의 법칙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물질의 연소와 산화는 모두 물질과 산소의 결합이라는 것도 발표하죠. 이후로 그는 수소와 산소를 포함한 33종의 원소를 발견했고 원소와 화합물을 구분해서 근대 화합물 명명법의 기초를 마련합니다.
근대에 이르러 비로소 기나긴 4원소설의 지배가 끝났습니다. 과학적인 실험과 추론을 통해서 오늘날과 비슷한 개념들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물질은 원소라 불리우는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드디어 알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로는 과학이 더욱 발달하게 되면서 이젠 그 입자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근대의 원자론부터 발전해온 원자모형의 변천사를 한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3부 - [물질관 - 근대편2] 보이지도 않는 원자의 생김새는 어떻게 알았을까?
[물질관 - 근대편2] 보이지도 않는 원자의 생김새는 어떻게 알았을까?
도대체 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원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근대에 이르러 비로소 기나긴 4원소설의 지배가 끝나고 과학적인 실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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