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관 4부작 포스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1부 - [물질관 - 고대편] 4원소설이 2000년간 깨지지 않았던 이유
2부 - [물질관 - 근대편] 4원소설과 플로지스톤의 몰락에 이은 근대 화학의 태동
3부 - [물질관 - 근대편2] 보이지도 않는 원자의 생김새는 어떻게 알았을까?
4부 - [물질관 - 현대편] 기존 물리학의 법칙을 산산히 깨부순 보어의 원자 모형
러더퍼드가 제시한 원자 모형은 여러가지 모순점이 있었습니다.
1. 전자의 에너지 손실로 인해 물질의 기본 구조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점
2. 수소원자의 선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
이러한 모순점을 보어는 기상천외한 가설을 통해서 해결하게 되는데요. 당시에는 비판이 많았던 보어의 가설은 결국 시간이 흘러 고전물리학의 체계를 무너트린 양자역학의 토대가 됩니다.
4부작으로 준비해본 물질관 시리즈의 마지막 포스팅입니다 :)
돌턴이 제시한 원자는 초기에 딱딱한 공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톰슨이 음극선 가지고 장난치다가 전자라는걸 발견해버리고는 푸딩에 건포도가 박혀 있는 모양의 원자를 주장했고요, 그의 제자 러더퍼드는 알파입자 산란실험을 통해서 스승인 톰슨 뒤통수를 후려치고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우리에게 익숙한 원자 모형을 주장합니다.
그런데 러더퍼드가 제안한 이 원자모형은 어딘가 이상했어요. 보면 볼수록 이론적으로 모순투성이엇다는거죠.
러더퍼드가 발견한 원자핵은 인류의 물질관에 있어서 굉장히 큰 도약이었습니다. 그저 딱딱하고 꽉 차있을 것 같은 눈앞의 물질이 사실 대부분이 텅 비어있는 공간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사고로는 생각하기 힘든 것이었으니까요.
이제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을 다시 들여다봅시다.
+전하를 띄는 원자핵 주위를 -전하를 가진 전자가 회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두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번째 문제는 전하를 갖고 있는 물체가 움직이면 전자기파라는 것이 발생합니다. 도선에 전류가 흐르면 그 주위에 전자기장이 형성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맥스웰이라는 물리학자에 의해 이미 한참 전에 이론으로 정립됐어요. 실험적으로도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전자가 움직인다는 것은 주변을 향해 전자기파를 방출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왜냐하면 전자는 - 전하를 띈 입자니까요. 그리고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하여 에너지를 방출했다는건 자기 자신의 에너지를 그만큼 잃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게 사실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전자가 점점 궤도에너지를 잃고 결국에는 원자핵과 결합해버릴수밖에 없는 구조라는건데요.
이것이 바로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이 갖고 있던 치명적인 이론적 결함이었어요.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우주의 모든 물질은 기본 구조가 순식간에 붕괴되어 우리는 존재할 수도 없을 거니깐요.
두번째 문제는, 수소기체로 차 있는 방전관에 전압을 걸어주면 수소기체에서 빛이 방출되는데요. 이 빛을 분산시키면 다음과 같은 선 스펙트럼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걸 보면 특정 파장, 즉 특정한 에너지를 가진 빛들만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비유를 하자면 투수가 야구공을 던졌을 때 수백 수천번을 던졌는데 구속이 정확히 120km, 140km, 160km 만 찍혔다고 생각해보세요.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잖아요? 135km도 찍히고 141km도 찍히고 그 사이의 어떤 값이라도 찍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죠. 즉, 구속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것이 현실적인데요. 희한하게 전자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불연속적으로 분포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그 당시에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거든요. 이런식으로 나오는 이유는 아무도 몰랐던 거에요. 러더퍼드의 원자모형과 고전 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죠.
첫번째 문제인 전자의 궤도 에너지 소실 문제와 두번재 문제인 수소원자의 선 스펙트럼.
과연 이 두가지 문제를 어떻게 극복되었을까요?
이제 드디어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손꼽히는 닐스 보어가 등장합니다. 물리학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도약 두가지를 꼽자면 단연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보어의 양자역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과학사를 통틀어 중요한 인물인데요.
보어는 전자가 원자와 합쳐지지 않고 궤도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전자는 특정한 궤도에서만 에너지의 손실없이 원자핵의 주위를 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안정적인 궤도를 정상 상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자는 다른 궤도로의 전이를 통해 에너지를 흡수 및 방출합니다."
정상 상태? 그게 뭘까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죠. 이러한 해석은 당시 많은 물리학자들에게 비판을 받았습니다. 고전 물리학의 법칙을 위배하는 가설이기도 했고요. 이러한 가설을 주장한 보어 자신도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었거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질문에 그냥 자연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답변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보어의 원자모형은 이전에 그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던 수소 원자의 선스펙트럼을 아주 깔끔하게 설명했습니다. 보어가 주장한 전자의 움직임은 펼쳐놓으면 마치 정상파와 흡사하여 궤도의 둘레가 파장의 정수배가 되는 형태였고 이를 통해 계산한 에너지가 실제 관측된 선스펙트럼의 파장 영역대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이죠.
전자는 분명히 입자인데 정상파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사실에 많은 과학자들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이후에 양자역학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전자가 파동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버립니다. 보어의 접근 방법이 옳았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보어의 원자 모형은 이를 기반으로 한 오비탈 이론을 탄생시켰고 지금의 표준 모형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포스팅들을 통해서 우리는 가장 오래된 질문 중 하나인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즉 물질관에 대해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주장부터 현대 물리학에서의 원자 모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천사를 살펴보았는데요. 문득 현대의 표준모형도 훗날의 인류에게는 톰슨이나 러더퍼드의 모형처럼 그냥 거쳐가는 한 시대의 이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식 & 정보 > 교양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는 정말 낙제생이었나? 아인슈타인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8가지 사실 (0) | 2021.04.09 |
---|---|
알고보면 나쁜 남자? 파인만에 대해 당신이 몰랐던 9가지 사실 (0) | 2021.04.08 |
[물질관 - 근대편2] 보이지도 않는 원자의 생김새는 어떻게 알았을까? (0) | 2021.04.06 |
[물질관 - 근대편] 4원소설과 플로지스톤의 몰락에 이은 근대 화학의 태동 (0) | 2021.01.07 |
불확정성의 원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3) | 2021.01.05 |
댓글